훈밤의 <꿈꾸는 집>


새벽녘의 숲과 집  

처음 훈밤 작가의 작품을 보고, 그녀에게 DM을 보내며 생각했다. “숲과 집이라니. 꿈꾸는 일상의 키워드가 어떻게 이리 똑같지? 신기하다.” 그렇게 그녀와 연락이 닿고, 미팅을 하면서 그녀의 숲과 집에 진심이 그득히 담겨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감성적 뉘앙스 덕분에 집과 숲은 몽글몽글한 따뜻함과 언제라도 푹 안기고 싶은 동경의 시공간으로 인식되지만 이 공간들은 많은 경우 상처받은 이의 동굴이 되기도 한다. 더 이상 연결되지 않고, 상처받지도 않으며, 비로소 나인 채로 안전한 공간. 외향적이든 내향적이든 삶이 힘에 부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런 인간의 삶에 숲과 집이 있다는 건 다행인 일이고 그건 예술가에게도 마찬가지다.


전시일정: 2024년 1월 25일 ~ 2월 2일


* 이번 전시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손명희 대표님의 작업실에서 진행됩니다. 귀한 공간 내어주신 대표님께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전시 오픈날인 25, 26일은 예약 필요 없는 프리 오픈으로, 나머지 일정은 사전 예약제로 운영합니다. 11시~5시까지며 일, 월요일은 휴관입니다. 사전 예약은 정성갑 대표 인스타그램 @editor_kab 을 통해 해 주세요.

훈밤 작가와 도자는 일찍 연결됐다. 서양화를 전공하고 집에서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던 엄마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물감과 캔버스, 그리고 그림 그리는 일에 익숙했다. 엄마가 작업의 확장을 위해 도자기 페인팅을 배우러 다니면서 그녀도 그 세상에 들어갔고 중학교를 지나 경기도 이천에 있는 한국도예고등학교에 입학했다. 한국도예고등학교는 한국 유일의 도예 특성화 고등학교이다. 길은 계속 이어지고 연결돼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도예과에 진학했다. 이곳은 엄마의 모교이기도 하다. “학교를 나와 처음에는 밥그릇, 국그릇을 많이 만들었어요. 판매를 해야 삶이 꾸려지니까요. 그렇게 3년 정도를 지나는데 작가로 사는 일이 점점 막연하게 느껴지면서 불안하고 우울해 지더라고요. 주변의 잘하는 작가들을 보면서 나도 저런 작가가 되고 싶다, 생각했는데 잘하는 사람들도 너무 많았어요. 그렇게 삶이 힘에 부치던 어느 날, 가족 여행으로 가평에 있는 생태마을과 휴양림을 찾았는데 숲이 너무 아름다웠어요. 집에 돌아와서도 계속 생각날 만큼요. 집에서 숲을 상상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그 시간을 또 새록하고 행복하게 받아들이게 되면서 이 둘이 자연스럽게 작업의 키워드가 됐어요.”


그녀가 작가 노트에 쓴 글을 보면 그녀에게 집과 숲이 어떤 의미인지 더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수많은 자극 속에서 흔들리고 지치기 시작하면서부터 나에게는 쉼과 위로 그리고 평화와 같은 것들이 필요했다. 내가 가장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 집. 집에서의 나는 자유로워진다. 조용히 앉아 음악을 듣거나 좋아하는 영화를 보며 소리 내어 웃거나 울기도 한다. 때론 고요 속에서 나를 바라본다. 이것 만으로도 견뎌 내기 힘들 땐 자연으로 떠난다. 숲은 바라만 보고 있어도 편안하고 자유로워지며 위로가 되어준다. 숲과 집 작업을 시작하면서 나를 힘들게 했던 말들과 시선, 끝없는 불안과 우울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나에게 있어 작업을 하는 시간은 쉼과 위로의 시간이며 계속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되어준다. 이 시간들을 통해 스스로가 더욱 단단해 지기를 바라며 내가 받았던 것처럼 ‘숲과 집’을 통해 많은 이들이 위로 받기를 희망한다.”
_훈밤 작가의 작가노트 중 


세상에는 꿈꾸고 싶은 집과 숲이 정말 많구나 

그녀의 작업은 흙 위에 집과 숲의 그림이 올라가 가마 안에서 구워지는 ‘도자 그림’. 탁탁 흙을 치대고 다듬어 판을 만들고 반건조 상태에서 여러 ‘조각도’로 꿈꾸었던 집과 숲의 그림을 새긴다. 흙이 완전 건조되면 본격적으로 채색 작업이 이뤄진다. 차분한 녹색을 입은 나무 숲, 빨간 지붕, 그 앞을 흐르는 파란 강…모두 안료로 채색을 한 것인데 초벌을 한 흙 위에 그린다. 초벌을 두 번 하면 색이 더 깊이 안착해 이 과정을 두 번 반복하기도 한다. 채색이 끝나면 유약을 입히고 ‘코팅 옷’을 입은 도자판은 다시 한 번 가마 안으로 들어가 재벌의 시간을 거친다. “테이블웨어를 만들 때는 판매가 부진하면 속이 상하고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숲과 집으로 작업을 하면서는 이런 스트레스가 많이 줄었어요. 와 이번에는 이런 집과 숲이 나왔네 싶고 그걸 보는 자체로 기분이 좋아요.”(웃음) 


집과 숲을 본격적으로 담기 시작하면서 그녀가 깨달은 사실. 세상에는 그리고 싶은 아름답고 평화롭고 꿈꾸고 싶은 집과 숲이 정말 많구나. 산책과 나들이만 다녀와도 핸드폰 카메라에 담아오는 사진이 여러 장이다. 최근에는 일본 도쿄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는데 그곳에서도 아침저녁으로 산책을 하며 많은 집과 숲을 찍어왔다. 그곳들은 잠자듯 고요히 머물다 언젠가 작품으로 깨어날 것이다. 그녀의 인스타그램을 쭉 훑어보면서 그녀가 실은 작업을 하기 훨씬 이전부터 집과 자연을 좋아했음을 깨닫는다. 먼 그리움으로 쓴 그녀의 마음이 따스하고 좋다. 


“아주 어릴 적 우리가 살던 아파트 단지에 눈이 흩날리던 날이었다. 나와 동생은 패딩에 장화까지 신고 장갑을 챙겨 밖으로 뛰쳐나갔다. 살면서 그렇게 큰 눈송이는 처음 보았다. 동생과 나는 정강이까지 쌓인 눈을 맨손으로 쓸어 모았다. 우리 둘은 손이 새빨개지도록 눈을 굴려 눈사람을 만들었다. 눈사람에게 우리의 목도리와 장갑을 입혀줬다. 귀여운 눈사람이 우릴 보고 웃었다. 우리도 따라 웃었다.” 


정성갑 (갤러리 클립 대표) 

숲과 집 Ceramic, walnut wood

작품 소개 

숲과 집 Ceramic, walnut wood

숲과 집 Ceramic, maple wood

숲과 집 Ceramic, oak wood

숲과 집 Ceramic, oak wood

숲과 집 Ceramic, oak wood

숲과 집 Ceramic, walnut wood

눈 내린 숲과 집 Ceramic, cherry wood

눈 내린 숲과 집 Ceramic, walnut wood

눈 내린 숲과 집 Ceramic, walnut wood

눈 내린 숲과 집 Ceramic, walnut wood

눈 내린 숲과 집 Ceramic, brass stand  

숲과 집 Ceramic, oak wood

숲과 집 Ceramic, walnut wood

눈 내린 숲과 집 Ceramic, cherry wood

눈 내린 숲과 집 Ceramic, cherry wood

초저녁의 숲과 집 Ceramic, cherry wood 

숲과 집 Ceramic, walnut wood

눈 내린 숲과 집 Ceramic, oak wood

눈 내린 숲과 집 Ceramic, oak wood

눈 내린 숲과 집 Ceramic, walnut wood

눈 내린 숲과 집 Ceramic, cherry wood 

새벽녘의 숲과 집 Ceramic, oak wood

눈 내린 숲과 집 Ceramic, cherry wood

숲과 집 Ceramic, oak wood

눈 내린 숲과 집 Ceramic, brass stand

숲과 집 Ceramic, maple wood

숲과 집 Ceramic, brass stand

눈 내린 숲과 집 Ceramic, oak wood

숲과 집 Ceramic, cherry wood

눈 내린 숲과 집 Ceramic, walnut w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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