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보는 꽃

박성언 작가 사진전

맨드라미 

좋은 사진을 찍는 가장 큰 무기는 경외심일 지 모른다. 피사체에 홀딱 뺏긴 마음. 줄기와 꽃잎까지, 그 생김생김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싶었다. 식물도감에 들어간 꽃 사진들처럼 정밀하면서도 고요하게. 자연스럽게 검은색 배경이 선택됐고 그 위에 꽃이 올라가니 위아래로 모두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처럼 어떤 비밀스러움과 기품이 올라왔다. 차분하고 고요한 르네상스 시대의 정물화 같은 분위기도.

“평면적인 사진에 빛을 더해 생명력을 주고 싶었어요. 대부분 사진을 보며 거칠다, 부드럽다, 강하다 하면서 콘트라스트의 느낌을 표현하는데 그런 ‘평면의 감상’ 말고 때로 깊고 때로 얇은 입체적 깊이감을 담고 싶었다고 할까요? 제 사진은 꽃과 빛의 놀이예요.”


전시일정: 2023년 9월 14일 ~ 9월 21일



* 클립의 모든 전시는 사전 예약제로만 운영합니다.

  예약 문의는 인스타그램 @editor_kab 다이렉트 메시지로 문의 바랍니다.

누군가 인생이 재미있거나, 살 만 하다고 이야기한다면 생의 챕터마다 열린 새로운 세계를 경험했을 확률이 높다. 35년간 잡지사 사진기자로 일하던 박성언 작가는 아들이 대학에 입학할 때 즈음이면 일을 그만둬야 겠다고 생각했고, 마침내 그 날이 오자 전남 구례로 내려갔다. 친구 따라 내려간 먼 이주였다. 사방이 녹색이고, 작은 집들이 군데 군데 있고, 높은 언덕에 지은 집 마당에 올라서면 저 아래로 낮은 산과 섬진강줄기가 아득하게 펼쳐지는 곳. 아침이면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매사에 구체적이고 선명하게만 돌아가던 서울에서의 생활을 조금씩 지워나갔다. 


구례에서의 삶에 조금씩 조금씩 즐거움으로 날아든 것이 꽃이었다. 당근에서도 이리 이쁜 꽃이 피고, 양파에서도, 마늘에서도, 부추에서도 감탄이 절로 나오는 얼굴의 꽃들이 올라올지 몰랐다. 처음 보는 것들인데다 여유 있게 감상하고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는 내밀한 시간이 포개지면서 더 어여쁘게 다가왔다. 좀체 호들갑스럽게 소란을 떠는 성격이 아닌데다 감동도 가만 하는 성격이지만 이 꽃들의 특징과 생장을 이야기할 때 박성언 작가의 목소리와 얼굴에는 기분 좋은 생기가 가득하다. “한지를 만드는 닥풀에서도 꽃이 피는 지 아셨어요? 이 꽃은 하루에 하나씩만 피어요. 하나가 져야 또 새로운 하나가 피어나더라고요. 피는 애는 흰색이고 지는 애는 보라색이예요. 닥풀과 목화꽃은 흰색으로 피었다 보라색으로 져요. 달래꽃은 구례에 와서 처음 봤는데 작은 꽃잎들이 둥실 동그란 모양을 모양을 하고 있는 게 너무 이쁘더라고요. 설악초는 ‘산 위의 눈’이란 뜻인데 너무 흔해서 꽃이 없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자세히 보니 종이 같은 꽃잎에 흰색과 녹색이 묘하게 섞여 있더라고요. 너무 아름다워요. 사과꽃도, 가지꽃도 그리 이쁜 지 구례에 와서 처음 알았어요.” 


좋은 사진을 찍는 가장 큰 무기는 경외심일 지 모른다. 피사체에 홀딱 뺏긴 마음. 줄기와 꽃잎까지, 그 생김생김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싶었다. 식물도감에 들어간 꽃 사진들처럼 정밀하면서도 고요하게. 자연스럽게 검은색 배경이 선택됐고 그 위에 꽃이 올라가니 위아래로 모두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처럼 어떤 비밀스러움과 기품이 올라왔다. 차분하고 고요한 르네상스 시대의 정물화 같은 분위기도.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그 위에서 미세하게 조율하게 조율하는 빛. 빛을 꽃에 줄 지, 잎에 줄 지, 줄기에 줄 지, 또 그 양은 넉넉하게 할 지, 아주 가늘고 엷게 할 지 계속 시도하며 최적의 위치와 세기를 찾는다. 그리고 그렇게 빛이 들어가면 침묵으로 일관하던 꽃 주변에 두런두런 미묘한 입자가 깨어나며 자리를 잡는다. “평면적인 사진에 빛을 더해 생명력을 주고 싶었어요. 대부분 사진을 보며 거칠다, 부드럽다, 강하다 하면서 콘트라스트의 느낌을 표현하는데 그런 ‘평면의 감상’ 말고 때로 깊고 때로 얇은 입체적 깊이감을 담고 싶었다고 할까요? 제 사진은 꽃과 빛의 놀이예요.” 


정성갑 (갤러리 클립 대표) 

작품 소개 

엉겅퀴

엉겅퀴

엉겅퀴

가지꽃


루꼴라

 

모과

  

작두콩


봉선화


부추꽃

닥풀


머위꽃 

메밀꽃

양배추

목화꽃


사과꽃

  

달래꽃


메리골드


상사화


수세미


맨드라미


설악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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